달콤한 여름 밤

 

 

 

 

 

 

스가와라 코우시 X 리아 스텔리어

 

W. Liell (@Liell_with_U)

 

 

 

 

 https://youtu.be/dTdUj21tGmI

 

 

 

 

 

 

 

 

 

 

 

 

 

 

 

 

 

 

 

 

 

1년에 한 번, 연인 사이인 견우와 직녀가 밤하늘의 은하수에서 만난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다. 이들이 만나는 날이 77일 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칠석제를 여는데, 특히 센다이에서 열리는 타나바타 마츠리 (仙台七夕まつり)는 꽤 큰 규모로 벌어지고 있었다.

 

 

 

*

 

 

 

그래서 스가와라 코우시는 그 모습을 제 연인인 리아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일본인이지만 일본인이 아닌 그녀, 그녀가 일본에서 처음 가는 마츠리가 자신과 함께하는 마츠리이기를 바랬고, 그의 바람대로 그와 함께하는 마츠리가 첫 마츠리라고 작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작은 충족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그 단어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제 연인의 처음을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은 제 연인의 얼굴을 볼 때 마다 들어 그런 스스로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어색한 기분이 이상하거나 꺼림칙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녀의 처음이라는 것을, 첫 기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

 

 

 

리아야, 녹색은 어때?”

으음....”

이 분홍색은?”

 

 

한참을 고민하며 뱅뱅 도는 리아의 모습에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유카타 하나를 건네자 또 다시 한참을 고민하는 리아였다. 연녹색에 옅은 노란색 꽃이 자잘하게 수놓아져 있는 유카타를 보고 갸웃하다가 다시 뱅뱅 도는 리아가 결국 엄마에게 SOS를 청했다.

 

 

으으..모르겠어..엄마 골라주면 안 돼요?”

그러면 이걸로 하자. 리아는 뭘 입어도 예쁘지만.”

, 엄마 쫌..!”

 

 

팔불출스러운 말을 하는 엄마의 말에 얼굴이 붉어져 건네는 유카타를 손에 들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세미 가() 특유의 머리색과 맞춘 크림색 기모노를 입었겠지만, 오늘 입을 유카타에는 크고 작은 빨간 꽃이 진한 검정색 천위에 잔뜩 수 놓여 있었다. 꽃 색과 맞춘 것인지 조금 더 진한 붉은 오비 끈 까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그녀의 유카타에 잘 어울리는 장식까지 전부 다 들고서 드레스 룸을 빠져 나오는 두 사람이었다.

 

 

 

*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몸을 일으켜 시계탑 아래로 향하는 스가와라였다. 검정색을 바탕으로 회색 사선이 그어진 유카타를 입고 붉은 와인 빛 오비로 허리를 묶어 단정한 모습으로 그의 연인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 저 멀리서 보이는 눈에 익은 백금발의 소녀에게 손을 흔들려다가 멈칫, 손을 든 채로 굳어 버렸다. 가까이, 게다와 바닥이 닿아 나는 달각 거리는 소리가 천천히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의 시선이, 그의 모든 것이 닿아 있는 곳은 그가 기다리던 이의 전부였다.

 

옅은 금발 사이사이로 보이는 은발까지. 틀어 올린 머리끝에는 한 송이 붉은 장미와 검정색 구슬들이 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틀어 올린 머리들 사이에서도 조금 삐져나온 잔머리들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듯 그 길고 흰 손가락으로 귓가에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배시시 웃어 보이는 그녀였다. 한 치의 빛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검은 유카타 위에 수놓아진 붉은 꽃들과 그와 맞춘 것처럼 보이는 붉은 색 오비까지. 그에게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그가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아름답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오빠..-!”

 

 

그가 굳어있을 때 언제 다가온 것인지 그의 얼굴 위로 손을 들어 살살 흔들더니 그제야 움직이는 스가의 모습을 보고 배시시 웃으며 더워요? 라고 물어보는 그녀였다.

 

 

아니, 괜찮아. 그러면 갈까?”

!”

 

 

평소보다 더 밝게 웃으며 신나게 앞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웃다가도, 그녀의 모습을 계속 훔쳐보는 남자들을 알아채고는 표정을 살짝 굳히고선 그녀를 따라가, .

 

 

, 오빠?”

다칠지도 모르니까. 손잡고 걷는 거 싫어?”

...아니요..”

 

 

손을 가볍게 낚아채고선 그 손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스가의 행동에 화르륵, 얼굴이 붉어져 리아의 얼굴이 잔뜩 달아오르자 그런 리아의 모습에 웃으면서 손을 꼭 잡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스가였다. 물론, 주위의 남자들에겐 그 답지 않은 날 선 표정으로 경고를 하면서, 그렇게 두 사람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

 

 

 

축제 시즌의 길거리는 많은 사람들과 음식들이 잔뜩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오빠 이건 뭐에요?”

링고 아메, 사과에 설탕 시럽을 묻혀서 굳힌 거야.”

 

 

마츠리가 처음인 리아가 눈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은 스가였다. 손에 쥐어준 링고 아메를 빤히 바라보던 리아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묻자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그저 크게 웃을 수밖에 없는 스가였다. 그런 그를 보고 빤히 바라보자,

 

 

아니야,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라는 스가의 말에 가볍게 손 부채질을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리아였다. 오빠는 정말로..그런 말……. 웅얼거리며 말하는 리아의 모습에 뺨을 한 번 쓸고 링고 아메를 들지 않은 손을 다시 잡아 그녀를 끌어당기는 스가였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이, 그리고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

 

 

 

링고 아메를 시작으로 오징어 통구이, 타코야끼, 야끼소바, 초코 바나나를 파는 가게까지 다 돌고 난 두 사람에 손에 가득히 든 음식을 보고 결국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 앉아서 먹을까?”

 

 

비는 손이 없자 결국은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선 한적한 공간을 찾아 자리를 찾아 어디서 챙겨온 것인지, 손수건을 품에서 꺼내 그녀가 앉을 자리 아래 깔아주며 맑게 웃음을 짓는 그였다.

 

 

여기 위에 앉아. 옷 더러워지니까.”

오빠 옷도 더러워질 텐데…….”

나는 괜찮으니까, 얼른. 얼른 먹고 더 구경하러 가야지. 아직 볼거리가 많은데 리아야?”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리아의 팔을 당겨 자리에 앉히고선 손에 들고 있었던 음식을 차례대로 내려놓기 시작하는 스가였다. 그런 그를 따라 리아 역시 손에 들었던 음식을 하나하나 풀어 놓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고 나서 스가가 가장 먼저 집은 건,

 

 

리아야, -”

 

 

동글동글한 구() 위에 올라간 계란 토핑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은 모양새로 놓여있는 그 타코야끼를 집어 리아에게 아, 하고 입을 벌리라는 스가의 장난스러운 말에 발갛게 달아 작게 입을 벌리는 리아였다. 작게 벌린 입안으로 쏙, 타코야끼를 넣어주고선 입술 가에 묻은 마요네즈까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주자 오물거리며 타코야끼를 먹고 있던 리아의 두 뺨이 더 달아올랐다.

 

 

더워?”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고개만 푹 숙이고 타코야끼를 먹고선 살짝 고개를 들더니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가며 사 온 음식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달큰한 초콜릿이 가득 묻은 바나나였다.

 

 

오빠도 먹어요...”

 

 

조금은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바나나를 입가에 가져다주는 그녀의 행동에 웃으며 바나나를 베어물자 입 안에 잔뜩 퍼지는 달콤한 초코와 바나나가 섞인 맛에 우물거리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초코 바나나가 꽂혀있는 막대를 꼭 쥐더니,

 

 

오빠.”

?”

 

 

부드럽고 말캉한 무언가가, 사람의 온기보다 더 높은 온도의 무언가가, 가볍게 촉, 소리를 내며 스가의 입가에 닿았다 떨어졌다. 그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가깝게 닿아있는, 붉다 못해 타올라, 제 오비 색과 비슷한 색을 띄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 하고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떨어지고선 사 온 음식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리아야, 좀 먹어.”

 

 

아무렇지 않은 척, 이것저것 건넸지만, 이미 저질러 버려도 한참을 저질러 버려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어떻게 할지 몰라 하던 리아가 일어난 건 스가가 음식을 권했을 때였다.

 

 

, 오빠 저 잠깐만요..!”

 

 

발갛게 달은 얼굴을 감싸고선 화장실 쪽으로 달려가는 그녀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타코야끼를 먹으면서도, 그녀에게 닿은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달려갈 거리기도 했고, 그녀의 사촌오빠에게도 한 소리를 들은 터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 애초에 무슨 일이 있게도 만들지 않을 것이었지만, 다시금 그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세미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던 그였다. 한 오 분 뒤 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온 것인지 두 뺨에 물기를 묻힌 채 그에게 걸어오던 그녀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자 고개만 푹 숙이고선 그에게 오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준 건, 역시 그녀의 연인인 스가와라였고.

 

 

더 먹을래? 아니면, 좀 더 돌아다닐까?”

 

 

사 온 음식은 꽤 많이 남아 있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돌아다녀요. 라고 말을 건네는 리아의 모습에 웃으며 음식을 정리해 쓰레기통에 버리고선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거리로 나가는 두 사람 이었다.

 

 

 

*

 

 

 

손을 잡고 걸어 다니는 스가와 리아. 선남선녀(善男善女)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맞춰 입은 듯 비슷한 검은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예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걷던 그 때, 갑자기 밀려드는 사람들에 밀쳐져 서로 잡은 두 손이 미끄러져 놓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놀라 멈춰버린 리아와 손에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져 놀라 두리번거리는 스가. 멀리까지는 밀리지 않아 급하게 그녀의 곁으로 가 손을 잡으려다가 팔을 올려 그녀를 품에 안다시피 어깨에 손을 올려 끌어안았다.

 

 

괜찮아?”

으응…….”

 

 

안 그래도 큰 눈이 크게 떠져 그를 바라보고 있는 탁하지도, 하염없이 영롱하지도 않은, 하지만 깊고 깊은, 그가 좋아하는 그녀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놀란 것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그의 팔에 안겨 진정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이자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조금을 그러고 난 후, 마저 진정되었을 때, 생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의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진짜 괜찮으니까, 우리 이제 구경 가요. ?”

괜찮아?”

그냥 좀 놀란 거뿐이고, 괜찮아요. 오빠가 바로 알아차려줬으니까. , 불꽃놀이 할 때 아니에요? 엄마가 타나바나 마츠리 불꽃놀이가 엄청 예쁘다고 하시던데...”

잘 보이고, 사람 없는 데가 있어. 거기로 가자.”

 

 

어깨에 올린 손을 풀지 않고 품에 안아 발걸음을 옮기는 스가와라와, 그의 품에 안긴 리아. 두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물론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여전했고, 그들의 스킨십에 대해 속닥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한적한 오솔길 사이를 한참을 말없이, 두 사람 사이에 들리는 소리는 거리의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대화소리, 밤벌레가 울어대는 소리, 게다가 오솔길의 돌과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 그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에 울려 퍼질 때 보이는 숲길의 끝이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불꽃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첫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 시작 됐나봐.”

쫌 더 빨리 가요 오빠!”

 

 

불꽃놀이 소리에 살짝 신이 난 것인지 품에서 빠져나와 앞서 빠르게 걸어 나가다 휘청. 어두운 밤 길, 그것도 포장되지 않은 오솔길을 게다를 신은 발로 뛰다시피 걸어가는 그녀가 넘어지려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휘청이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채 안아들자 스가와라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리아 스텔리어의 놀란 얼굴이었다.

 

 

조심해야지.”

 

 

살짝 낮게 깔린 목소리. 그 이유는 아마도 그의 눈에 보이는 그녀의 얼굴 때문이었을 것이다. 붉게 상기된 두 뺨, 처음 봤을 때 보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게 되면서 보이는 하늘의 아름다운 빛. 그리고 서로를 안고 있는 커플.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인영이 겹쳐졌다. 붉은 입술이 마주해 진한 입맞춤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불꽃놀이의 붉고 푸른 불빛이 반사 빛이 머리카락에 반사되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 아름다운 커플의 그림 같은 순간이었다.

 

 

 

 

 

 

 

 


 * 스가랠 50일 기념

 * 스가랠 도장판 리퀘스트

 * TO. 내 하나뿐인 연인님 (@your_suga_r)

 

 













파르르 떨리는 길고 풍성한 금빛 속눈썹, 분홍빛으로 물든 눈가. 그 아래 물기로 젖어있는 에메랄드 빛 눈동자. 꾸욱- 누르면 과즙이 나올 것 같은 발갛게 달아오른 뺨. 체리를 머금은 것 같은 붉은 입술. 금에서 뽑아낸 것만 같은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을 땋아 틀어 올린 머리 위에 사뿐히 올라간 길고 얇은 흰색 베일. 그 아래를 따라 내려가면 순백색 웨딩드레스가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호텔 내부에 있는 정원. 6, 초여름의 그 중순의 아름다운 신부가, 설레고,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부친의 손을 잡고서 신랑의 곁으로 갈 첫 걸음을 내딛었다.

 

 

 

 

W. Liell

 

 

 

 

사랑해, 영원을 함께 해 줘.

 

그 말을 듣기까지 자그마치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두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년 때 만나 27, 26살인 지금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와 영원을 약속하는 식을 올리기 위한 고백.

 

대학 시절 자주 갔던 카페에 있는 피아노 위에 앉아서,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무릎을 꿇고서 했던 고백.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펑 하고 터져버려서 번져버린 눈 화장에 얼굴을 가리자 웃으면서 제 손을 다정하게 잡으면서 입 맞춰 준 그녀의 남자. 검정색 수트에 대조되는 맑은 회색의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제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히끅 거리면서도 살포시 눈을 감아 그가 좋아하는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길고 빽빽한 속눈썹 사이로 숨기는 그녀였다.

 

길게 한 번 입 맞추고 나서도 울먹이는 그의 사랑의 입술에, 뺨에, 눈에, 코에.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고 나서 그가 좋아하는 양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위에도 입술을 살포시 가져가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그런 입맞춤을 한참. 살짝 입술을 떼어내고 나서 사랑해. 리아야. 속삭이며 말하는 그의 말에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자 그런 그녀를 안아 올려 제 품에 안기게 하는 스가와라였다.

 

혹시..나랑 결혼하기 싫......?

 

우느라 대답하지 못했던 터라 제 청혼에 대한 대답을 우물쭈물 하면서 물어보는 그의 모습에 그제야 웃음이 터져 고개만 살며시 저으며, 결혼할래요. 라고 말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 스가와라였다.

 

리아 스텔리어가 아니라, 스가와라 리아가 되어줘 내 별아.

 

속삭이며 말하는 그의 말에 발갛게 달아올라 품에 안겨 부비적거리는 그의 연인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웃으며 품에 안아주는 스가와라였다. 스가와라 리아. 입 안에 잔뜩 울리는 그 이름이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달아 목에서 나오면 혀끝에서 언제 나왔냐는 듯이 살며시 녹아 없어질 것만 같은 이름. 꿈같은, 그런 이름.

 

제 연인, 제 사랑하는 연인.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8년이라는 연애 도중 많이 봐 왔던 스가와라였다. 초반에는 사랑에 대해 두려워하던 그녀였다. 후에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고 나서야 그 위태로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애 중반에는 부상이었다. 피아니스트에게는 치명적인 손목부상. 재활치료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막 날아올랐을 때 일어난 부상이라 더. 제게는 아무런 걱정을 시키지 않으려고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조차 너무 슬퍼보였던 리아였다. 물론 후에 재활을 끝내고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을 때의 그 웃음도 잊을 수 없는 웃음이기는 했었지만.

 

연애의 끝. 그 끝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제 연인은 아마 모를 것이다. 얼마나 떨면서 그리고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제는 충분하다던 제 친우-다이치나 아사히-들의 말에도 부족함을 느끼며 어디가 문제인 것인지 찾아 헤맸음을. 제 연인은 모를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물기를 머금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눈물이 슬픔의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님을 알면서도.

 

울지 마 리아야, ?”

 

심장이 아려오는 것 같은 기분에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다독여주고, 품에 안아 더는 놓아주지 않겠다는 옅은 소유욕을 감추고 있는 그였다. 아아, 이 사람을 더 이상 놓지 않으리. 품에 안아 새장에 가두는 한이 있어도, 놓아주지 않으리. 어릴 적부터 품에 담아왔던 소유욕이 그 크기를 키우고, 또 키워 펑, 하고 터져버리기 전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 놓아주지 않아. 결혼이라는 족쇄로 그녀의 발목을 잡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그녀의 손을 묶어 그의 품에서 놓아주지 않으리. 이런 감정은, 그녀에게만 국한되는 감정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놓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

 

그리고 결혼식 당일, 초여름의 하늘이 푸름을 자랑하는 그 날, 그의 작은 신부는 그의 옆에 섰다.

 

그녀의 부친, 그러니까 그의 장인어른 될 이의 손을 잡고 사뿐히 걸어오는 그의 작은 연인은 그가 봐 왔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더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그에게 걸어오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호텔 내부에 위치한 정원에서 치러지는 예식이었기에 높은 굽을 신고서 푸른 잔디를 밟으며 걸어오는 그녀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 보다도 더 그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였음을.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외모와 햇빛 아래 반짝이는 머리카락. 본인 역시 투명한 회색빛 머리카락을 올려 단정하게 정리하고선 함께 갔던 웨딩숍에서 맞춘 흰색 턱시도를 입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짧은 미니 드레스에서 점차 길어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신부화장을 하고, 발끝까지 끌리는 베일로 그녀의 몸을 감싼 채로 그가 좋아하는 그 에메랄드 빛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서로를 영원히 사랑하겠다. 그렇게 선언하고 나서 돌아온 것은,

 

신랑 신부의 영원함을 위한 키스 타임이 있겠습니다.”

 

리아의 사촌 오빠인 세미가 사회를 봐준다고 했을 때부터 말렸어야 했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스가와라였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키스를 종용(?) 하는 세미의 행동에 발갛게 달아오른 리아의 얼굴이 스가와라의 눈에 보이자,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더니 베일을 걷어 올리고선 입술을 찾아 가볍게, 도장을 찍듯 여러 번 입을 맞추는 스가와라였다. 물론 그런 그의 행동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리아기도 했다.

 

가볍게 맞췄다 떨어진 입술을 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약하다고 소리치는 리아의 친구들과 스가와라의 친구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어쩔까 하다가 리아와 눈을 맞추자 금빛 속눈썹이 그 예쁜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가리며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런 리아의 모습에 웃으며 다시 한 번 입 맞추는 그였다. 앞서 한 키스와는 달리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겨 그의 품에 안기게 하고선 깊고, 깊게 입을 맞추는 그였다.

 

혀와 혀가 얽히고 허리를 잡은 손끝이 뜨거워져 바르르 떨며 그의 품에 조금 더 밀착하는 리아를 품에 안고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입술 사이로 늘어지는 은빛 실이 있었다. 그를 보고선 다시 한 번 짧게 입을 맞추고 촉-,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입술이었다. 조금은 긴 시간동안 입을 맞춘 탓인지 아까보다 붉어지고, 가쁜 숨을 내 뱉는 리아의 모습에 웃으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공주님 안기 자세로 그녀를 안아 올리는 그였다.

 

역시나 하염없이 가벼운 그녀를 보고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자 붉어지다 못 해 조금만 더 건드렸다가는 터질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리아였다. 그녀를 안아들자 마이크를 쥐고 있던 세미가 웃으며, 신랑 신부 퇴장을 외치고 그 말에 스가와라의 품에 안겨 버진로드를 지나가는 리아가 있었다. 그들 위로 흩뿌려지는 희고 붉은 장미꽃들이 그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예언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흩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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