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달 월간 드림 참여작 입니다.
* 스가리아
* 염장질이 매우 심합니다...
* 탈 주제 한 기분...(._.
우리가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 봄 소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정말로 순간적으로 벚나무 아래에서 네 입술에 입을 맞췄고, 더운 여름날, 네 처음이었던 나츠 마츠리에서, 너는 언제나처럼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으며 그 미소 후에 잔뜩 부끄러워져 입술을 맞추던 너의 모습이, 그 모든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모든 추억 속에 담기고 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너를 만나고 난 그 다음부터 네가 없는 내 과거는 없었다. 내 전부가 너였고, 다가올 모든 계절이, 미래가, 바로 너였다.
사계절이 전부 너였다.
W.Liell
시라토리자와 학원. 미야기 내 있는 사립 고교로 현 내 최고라고 불리는 왕자(王子)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주축으로 이뤄진 배구부로 유명한 학교였다. 물론 스가와라 코우시에게는 이미 그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던 간에 카라스노 교복을 입고 그 앞에 서 있는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유난히 학생들은 오늘따라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고, 누구를 기다리냐며, 할 일이 없으면 자신과 가자며 말을 건네는 여학생까지. 한, 두 번 온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많은 이들이 붙자 결국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던 그의 손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너가 왜 여기 있냐?”
“리아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하.”
크림의 끝에 초콜릿이 묻은 것만 같은 머리카락. 날카로운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미 에이타, 시라토리자와의 세터였다. 착한 오빠에요. 라고 말하는 리아의 말과는 달리 유독 스가와라, 그에게 날카롭게 구는 세미 에이타의 모습에도 그저 스가와라는 웃으며 그의 목적을 순순히 알려주었다. 그가 왜 그렇게 날카롭게 구는지 이미 리아를 통해 들었으니까.
“오빠?”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제 사랑하는 연인의 목소리에도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단정하게 입은 교복 위로 흩어져 내리는 금발의 그 머리카락은 이 가을의 햇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것을 잊은 것인지 평소답지 않게 빠르게 뛰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안아오는 스가와라였다. 물론 그들의 그 모습에 좋지 않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질투 섞인 시선을 보내오는 세미였지만, 그런 그의 시선이 하루 이틀인가, 라는 생각으로 품에 안겨 배시시 웃어 보이는 리아였다.
“오늘 연습은요?”
“오늘은 없어, 데이트 하려고 데리러 왔어 리아야.”
달큰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순간 확, 달아오른 얼굴에 그의 품에 부비적거리다가 고개를 드는 리아의 모습을 보며 예쁘게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품 안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으니까.
“하루하나.”
한참을 껴안고 잔뜩 염장을 지르고 있던 두 사람의 귀로 세미의 목소리가 찾아든 건 그 때였다. 그가 말한 ‘하루하나’ 에 반응한 건, 리아였다. 순간 움찔 하고선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세미 에이타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걸린 얼굴이었다.
“세미 하루하나, 일찍 안 들어오면 이모한테 다 말 할 거니까,”
“오빠!”
“그러면 데이트 잘하고, 제 시간에 잘 데려다 줘라.”
경고성이 살짝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움찔하는 리아를 느끼고선 품에 안고 다독여 주는 스가와라였다. 왜 저러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선은 자리를 옮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 스가와라가 품에서 리아를 빼내,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 손깍지를 끼웠다.
“갈까?”
“네..!”
*
서로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겨 그들이 향한 곳은 영화관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최근에 개봉했다던 그녀의 말을 기억 하고 있었던 그였다. 예의 그 아름다운 보석을 박아 넣은 것 같은 녹안을 반짝이며 그에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잊어버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큰 콜라와 팝콘을 하나씩 사서, 들어간 극장 안은 아직 시작 되지 않은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조명이 다 꺼지지 않은 상태로 광고를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손잡이가 있나, 확인하려 손을 휘적이다가 보니 아무것도 없는 느낌에 옆을 보면 어색하게 웃으며 여기 커플석, 이라며 소근 거리는 스가와라의 모습이 리아의 눈에 비춰졌다. 확, 달아올라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고 할 때 마침 타이밍 좋게 조명이 다 꺼져버려 다행의 의미의 한숨을 푹 내쉬는 리아였다.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는『Goodbye Summer』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이미 다 커버려, 서로를 잊고 살 무렵, 언젠가 같이 찍었던 졸업식의 사진이 우연처럼 여자의 어깨 위로 떨어져, 그 때의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시작으로 과거 학생 때의 두 사람의 모습이 스크린에 하나, 둘 펼쳐지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떠들다 걸려 복도에서 손을 들고 서 있었던 두 사람의 모습, 중학교 졸업식 때 울고 있는 여자 주인공을 달래주면서도 눈물을 꾹 참고 있는 남자의 모습. 같이 간 마츠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예쁘게 웃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웃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영화의 끝으로 갈 때 쯤, 서로의 감정을 독백으로 털어놓는 두 사람의 모습까지.
어떻게 보면 진부한 그 영화를 보며 리아는 웃고, 울며, 영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리아의 모습에 조금은 섭섭해지려고 하던 찰나, 마침내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나서의 키스를 나눌 때, 스크린 빛에 반사 되어 부끄럽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리아의 모습이 스가와라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아, 눈을 마주하고, 파르르 속눈썹을 떨며 그 짙은 녹색의 눈을 감는 리아의 입술에 가볍게 내려앉은 스가와라의 입술, 동시에 그의 따스한 눈동자도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져 내렸다.
*
“재밌었어?”
“네,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 영화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재잘거리는 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스가였다. 여간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니었던 건지 신나게 재잘거리는 리아를 보면서 웃어 보이다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걸치며 작게 속삭이는 스가의 질문에 헉, 하고 숨이 멎은 리아였다. 고개를 가까이 해 입술과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이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선,
“키스는?”
라며 그 답지 않은 장난을 치자, 확-, 순간적으로 빠르게 달아오른 얼굴이 느껴지는 리아가 얼굴을 잡고선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가린 얼굴뿐만 아니라 귀 끝까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가린 손을 부드럽게 잡아내려 그 손끝 마디마디에도 가볍게, 촉, 촉 입을 맞추는 스가와라의 행동에 사과보다 더 붉어져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리아였다.
“우리 리아 이렇게 부끄러워해서 어쩔까.”
장난스러운 말까지. 작정하고 그녀를 놀리는 그의 행동에 푹,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리자, 푸스스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손을 잡은 손을 내려놓았다. 제 작은 연인이 수줍음이 많다는 것은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놀리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신 앞에서 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묘한 소유욕,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 중에 하나였다.
“오빠아...”
말꼬리를 길게 늘여 말하는 리아의 말에 씩, 웃으며 몸을 뒤로 빼선 바르게 앉는 스가와라였다. 더 하면 울려버릴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
“어, 벌써 9시네. 슬슬 돌아갈까?”
학교가 끝나고 바로 영화를 보러 온 것이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150분의 러닝 타임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인지, 이미 늦은 밤이 되어버린 걸 지금에서야 확인한 두 사람이었다. 딱히 뭘 챙길 필요는 없었던 두 사람이어기 때문에 가방만 챙겨 카페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천천히,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물론 두 사람의 손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로.
시내의 정류장이었기 때문일까, 꽤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고를 반복할 동안 두 사람의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그 둘을 포함해, 대여섯 명의 사람들만이 버스에 올라탔다.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 맨 뒷자리에 앉아 소곤소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작게 웃으며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버스 안에 몇 없는 사람들 사이에 숨겨져 그들만의 세상을 만든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얘기했을까. 조금은 피곤했던 것인지 작게 하품을 하는 리아를 보고 웃으며 어깨에 기대라며 톡톡 치자 살포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리아였다. 아무래도 키 차이가 나는 편인지라 살짝 몸을 내린 상태로 그녀의 어깨를 살살 잡자 품에 파고들며 금방 잠에 빠지는 그녀였다. 체력이 워낙에 약한 탓임을 알고 있어서 조용히 품에서 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속삭이는 스가와라였다.
“리아야. 우리 다음에도 데이트 하자. 이렇게 우리 둘이서, 손잡고 어디든 가자. 너랑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욕심내고 싶은 일도 많아. 너로 인해서 내 과거는 이미 다 사라진 기분이야. 오로지 나한테 있는 건 너랑 함께 하고 싶은 미래야. 그래서, 네 미래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욕심이 났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커플이었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라는 것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욕심이 생겼다. 그녀의 미래를 같이 걷고 싶었다. 아직 오지 않은 가을과, 겨울도 그녀와 함께,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사계절이 그녀이기를 바랐다. 항상 그와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은 생각하는 만큼 커지고, 커져서 그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까지 커져버렸다.
품에 안겨 잠을 자는 리아의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금에서 뽑아 만든 것 같은 속눈썹 아래, 숨어있는 녹안(綠眼)을 그는 좋아했다. 그녀의 몸을 흘러내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도 그는 좋아했다. 그녀의 밝은 성격도, 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도, 모두 다.
시선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보이는 건, 그녀의 붉은 입술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아무도 없는 버스 안,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는 건 버스의 엔진이 광광 울고 있는 소리 뿐.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공주님에게 도둑 키스하는 왕자님처럼, 그렇게 스가와라 코우시는 제 작은 연인에게 몰래, 도둑키스를 했다.
그래 가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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